"[신나는 공부]“그림-만화 보며 漢字 배워요”
《초등학교 6학년인 이모군(12)은 친구 사이에서 ‘한자 박사'로 통한다. 얼마전 한자능력을 검증하는 4급 공인시험에 합격한 뒤 더 재미를 붙였다. 신문에 나오는 정도의 한자를 척척 읽는 것은 물론이고 잘 모르는 한자 단어를 봐도 대충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국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군은 “5개월 동안 1000자를 공부할 때는 솔직히 귀찮기도 했다”며 “그러나 끈기를 갖고 공부한 끝에 합격하고 보니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 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사이에 한자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문이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포함되는 데다 한자공부를 통해 이해력과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기본 단계로 한자 공부를 시키려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시험 준비=현재 한자검정시험은 단체별로 2∼4회씩 모두 20회 정도 치러진다. 한자의 훈독(訓讀), 장단음, 부수, 동의어, 약자, 고사성어, 문제 해석, 한자쓰기 등이 주로 출제되며 한자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많다. 시험별로 최고 급수의 경우 3500∼5000자, 최하는 50∼100자 내외의 한자 수준에서 문제가 출제된다. 응시료는 8000∼5만원으로 시행기관이나 시험에 따라 다르다. 한국어문회의 한자능력검정시험은 자격등급이 1∼8급까지 있지만 1∼4급만 국가 공인을 해준다. 흔히 초등학생들이 자격증을 땄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5급 이하의 시험을 말한다. 5급은 500자 수준이고 4급은 1000자여서 웬만한 어른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험의 출제범위, 자격, 내용 등을 자세히 파악한 뒤 실력에 맞게 응시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너무 무리하기보다 낮은 등급부터 시작해 등급 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국어사전이나 옥편을 가까운 곳에 두고 신문이나 책에서 모르는 한자를 발견하는대로 바로 찾아보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한자능력시험에 응시하려면 해당 시험이 국가 공인을 받는 것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인은 받지 못하고 교육차원에서 실시하는 교육급수 시험이 있고 성적을 국가공인으로 인정해주는 시험으로 나눠져 있다. 한자능력시험 개최경험, 매회 평균 응시인원, 주관기관의 공신력 등도 따져봐야 한다. 교재비, 응시료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응시하는 게 좋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되는 한문 시험은 한자어와 문법 독해력 등을 묻는 시험으로 한자능력시험과는 다르다.
▽생활 속 한자 교육=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우는 방법은 가정방문 학습지가 많다. 가정방문 교사가 주 1회 집에 찾아와 한자의 원리 등을 쉬운 글자부터 시작해 하루 몇 글자씩 배우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월 회비는 2만∼3만원. 요즘에는 유아들의 조기교육 목록에도 한자가 꼭 끼어 있다. 유아용 한자교재가 학습지 업체에서 잇달아 출시되면서 한 회사의 경우 출시 10일 만에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자를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 게임, 퀴즈, 노래 등으로 배우는 방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만화나 이야기로 설명하는 교재들도 등장했다. ‘사자소학의 향기'라는 책은 동요 가락에 한자음을 가사로 붙여 소학을 모두 노래로 부르고 여기에 나오는 한자 615자의 구성 원리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재능교육의 ‘스스로 리틀한자'는 3∼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자 교육 교재로 생각하는 동화 등을 통해 한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자한문 능력 검증 급수 시험의 7, 8급에 대비할 수 있게 개발됐다. 한 주에 3∼5자씩 차근차근 배우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쑥쑥 는다는 것.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자 공부를 단순히 시험 대비용이나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평소 일상 생활 속에서 한자를 접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인터넷 이용하기=인터넷에서 옥편, 고사성어집은 물론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 한자공부에 유용한 교육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를 시각적으로만 공부하면 쓰기 실력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문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자의 음과 뜻을 맞히면 점수가 올라가는 한자게임이나 퀴즈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면 그림과 게임을 통한 멀티미디어 학습이 가능해 딱딱한 한자를 쉽게 배울 수 있다.
아이한자(www.ihanja.com)는 한자가 뜻이 있는 문자라는 점에 착안해 아이들이 재미있는 그림과 만화를 통해 한자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세시풍속이나 절기, 한자의 유래 등 한자에 얽힌 이야기 등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격시험 안내 사이트나 동호회 사이트 등도 참고할 만하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